과거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한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조금 흔들렸습니다. 이 영화는 재난을 막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막상 다 보고 나면 과거를 어떻게 안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작품에 가깝습니다.우연한 첫 만남이 왜 이렇게 오래 남는 걸까「스즈메의 문단속」은 주인공 스즈메가 등굣길에 낯선 청년 소타와 스치듯 마주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딱 그뿐인데, 스즈메는 그를 따라갑니다. 그리고 그 충동 하나가 이후 모든 사건의 도화선이 됩니다.제가 이 첫 장면에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하필 저 순간이었을까"였습니다. 영화 속 만남이든 실제 삶이든, 나중에 돌이켜보면 별것 아닌 순간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저도 처음엔 그냥 화려한 범죄 오락 영화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홍콩 로케이션에 와이어 액션, 다국적 캐릭터들의 속고 속이는 전개. 그런데 다 보고 나서 한참 멍하니 있었습니다. 영화가 던진 질문이 생각보다 묵직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함께하는 사람의 진짜 목적을 알고 있습니까?" 이 질문이 저한테는 꽤 오래 남았습니다.신뢰와 이해 - 믿는다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은 다릅니다일을 같이 하다 보면 "우리 같은 방향 보고 있지?"라고 확인하지 않아도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저도 직접 겪어봤는데, 그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은 꼭 극적인 배신이 아니라 그냥 조용한 어긋남에서 시작됩니다. 저는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대는 과정이나 자신의 입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같은 ..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2023년 6월 14일 국내 개봉했습니다. 불 원소 엠버와 물 원소 웨이드, 섞일 수 없는 두 존재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꽤 오랫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화면이 예쁘다거나 스토리가 감동적이라는 말로는 정리가 안 됐거든요.엘리멘트 시티, 이 세계관은 왜 이렇게 섬세한가「엘리멘탈」의 배경인 엘리멘트 시티(Element City)는 불·물·흙·공기 원소가 한 도시 안에 공존하는 세계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이 도시가 그냥 귀엽게 상상된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지하철 안에서 물 원소가 좌석에 흘러내리고, 흙 원소가 화분처럼 자리를 잡고, 공기 원소는 그 사이를 유유히 떠다닙니다. 각 원소마다 물리적으로 다른 공간이 필요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