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히말라야」를 보기 전까지 저는 이걸 단순한 등반 도전기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엄홍길 대장이 다리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다시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장면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이 영화는 정상 정복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을 끝까지 책임지는 이야기였습니다.실화가 더 무거운 이유 — 두 사람의 만남과 배경제가 이 영화를 찾아보게 된 건 줄거리보다 실화라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엄홍길 대장은 히말라야 8,000m급 16좌를 완등한 세계적인 산악인입니다. 여기서 히말라야 16좌란 해발 8,000m가 넘는 세계 최고봉 14좌에 더해 엄홍길 대장이 독자적으로 추가한 야마다 노보루봉과 로체샤르를 포함한 16개의 봉우리를 말합니다.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산악인조차 완등하기 힘든..
쿠퍼가 우주에서 홀로 받아보는 가족의 영상 메시지. 아들은 결혼해 아이를 낳았고, 딸 머피는 이미 아버지와 같은 나이가 돼 있습니다. 떠난 쪽은 몇 시간이 흘렀는데, 기다린 쪽엔 수십 년이 쌓여 있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극장 의자에 등을 기댈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이렇게 잔인할 수 있구나, 그리고 그게 꼭 우주 얘기만은 아니겠구나 싶었으니까요.가족의 시간 — 기다리는 쪽과 떠난 쪽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영화 속 지구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입니다. 블라이트(Blight)라고 불리는 식물 역병이 작물을 차례로 죽이고, 흙먼지 폭풍이 매일같이 마을을 덮습니다. 여기서 블라이트란 특정 병원균이 식물 전체를 고사시키는 광역 식물 질병을 의미하는데, 영화는 이 단어 하나로 지구 문명이 얼마 남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에서 미란다는 디지털 전환과 AI 운영을 앞세운 런웨이 인수 시도 앞에서 자신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직감합니다. 솔직히 이 장면을 보면서 제가 처음 일을 시작했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한데, 자꾸 주변의 반응만 살피던 그 시절이요.미란다 변화 — 독설은 사라지고, 두려움이 남았다1편의 미란다 프리슬리는 코트를 던지듯 내려놓고, 비서에게 독설을 날리며 패션계를 지배하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2편에서 그 미란다가 달라졌습니다. 직접 코트를 걸어야 하고, 브랜드에 먼저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이 변화는 단순히 캐릭터 설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패션 잡지의 위상이 실제로 낮아진 현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미란다의 모티브인 보그 편집장 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