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군체」를 보기 전까지 연상호 감독의 좀비 영화가 또 비슷한 공식을 반복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집단 지성형 좀비'라는 설정을 처음 접했을 때만큼은 진짜 기대가 됐습니다. 결과는 애매했습니다. 설정은 분명 새로웠는데, 영화가 끝난 뒤에 남은 건 아쉬움이었습니다.진화 좀비라는 설정, 실제로 얼마나 새로웠나일반적으로 좀비 영화의 감염자는 단순합니다. 물고, 쫓고, 쓰러집니다. 「군체」의 좀비는 달랐습니다.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기반으로 움직입니다. 여기서 집단 지성이란 개별 개체가 아닌 군집 전체가 하나의 판단 체계처럼 움직이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개미나 벌의 군집 행동에서 관찰되는 현상과 유사합니다.제가 이 설정을 처음 들었을 때 떠오른 건 개미 군..
소원이 이루어지면 정말 행복해질까요? 저는 영화 「알라딘」을 다시 보면서 그 믿음이 흔들렸습니다. 화려한 마법과 로맨스 뒤에 숨겨진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이었고, 보고 난 뒤에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 여운을 정리하면서 쓰게 됐습니다.신분 차이가 만든 가짜 왕자, 진짜 마음알라딘은 가난한 도둑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저는 그를 단순한 도둑으로 읽지 못했습니다. 시장에서 배고픈 아이에게 자신의 빵을 나눠주고, 살아남기 위해 훔치면서도 죄책감을 지우지 못하는 사람. 행동은 도둑이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한 인물이었습니다.자스민 공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화려한 궁전 안에 있지만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정략결혼(政略結婚), 즉 국가 간 외교적 이해관계를 위해..
가족 중 누군가에게 "너 때문에 그렇게 됐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그 말의 무게를 꽤 오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바타: 불과 재」를 보다가 제이크가 로아크에게 했던 말에서 그 기억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화려한 판도라의 전투 장면보다 그 짧은 한마디가 더 오래 마음에 남은 영화였습니다.설리 가족이 보여주는 가족의 의미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가족'이라는 단어를 얼마나 넓게 쓰고 있는가였습니다. 스파이더는 생물학적으로는 쿼리치 대령의 아들이지만, 설리 가족 안에서 자랐고 나비족의 삶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렇다면 그의 진짜 가족은 누구일까요?영화는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나만 내놓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이크가 위기의 순간에 스파이더를 아들처럼 끌어안고 "사랑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