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모아나 2」를 보기 전까지 후속작이 실망스러운 게 단순히 기대치 문제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전작이 좋았으니 기대가 컸고, 그 기대를 못 채운 것뿐이라고요. 그런데 막상 극장에서 나오면서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글은 「모아나 2」가 무엇을 잘했고 무엇이 아쉬웠는지, 그리고 왜 저는 그 아쉬움 속에서도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는지를 솔직하게 적은 기록입니다.장단점: 볼거리는 있었지만, 전작의 벽은 높았다「모아나 2」는 전작에서 창조신 테 피티를 구하고 항해사로 성장한 모아나가 이번엔 모투누이 섬 바깥의 다른 부족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8년 만에 돌아온 속편인 만큼, 아울러 크러발리오와 드웨인 존슨이 다시 목소리를 맡았고, 전작에서 스토리보드를 담당했던 데이브 데릭 주니어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암살」을 처음 볼 때만 해도 '잘 만든 액션 영화' 정도로 생각했는데,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1,270만 관객을 동원한 최동훈 감독의 2015년 작품으로,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안옥윤이 "커피도 마시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 하나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비하인드: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영화저도 처음엔 이 영화가 철저한 역사 고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최동훈 감독이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의 사진 한 장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을 결합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되니, 오히려 그 출발점이 더 인상 깊게 느껴졌습니..
솔직히 저는 「라라랜드」를 처음 봤을 때 그냥 예쁜 뮤지컬 영화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마지막 두 사람의 표정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았습니다. 꿈을 이루는 이야기인데 왜 이렇게 먹먹한 걸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결국 다시 처음부터 돌려봤습니다. 그제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화가 묻고 있는 질문이 무엇인지.꿈과 현실 사이,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것영화는 LA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시작합니다. 차들이 꽉 막힌 그 위에서 사람들이 갑자기 차 문을 열고 나와 노래를 부릅니다. 처음 보면 황당한데, 직접 겪어보니 그 장면이 달리 읽혔습니다. 저도 한때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달려가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현실은 딱 그 고속도로 같았습니다. 앞도 막히고, 옆도 막히고, 그래도 어딘가를 향해 가고 ..
해외 원작을 그대로 한국판으로 옮기면 대부분 어색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며 반신반의하고 들어갔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올 때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마음에 남아 있었습니다. 최민식과 한소희가 만든 한국판 「인턴」, 원작과 어떻게 다르고 실제로 볼 만한지 직접 확인해봤습니다.로컬라이징, 기대보다 잘 됐을까해외 리메이크 영화가 국내에서 흥행하기 어렵다는 것은 어느 정도 공식처럼 여겨집니다. 원작의 문화적 배경과 한국 정서 사이의 거리감, 그리고 이미 원작을 본 관객에게 신선함을 주기 어렵다는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저도 솔직히 이번 한국판 「인턴」을 보기 전까지는 "굳이 리메이크를 해야 했나"라는 의구심이 있었습니다.그런데 직접 보고 나서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한국판은 로컬라이..
팀 스포츠 영화를 보면 "결국 마지막에 이기겠지"라는 공식을 기대하게 됩니다. 그런데 영화 「1승」은 그 공식을 처음부터 비틀어버립니다. 여자 배구단 핑크 스톰은 시즌 내내 지기만 하고, 감독은 프로 경력이 전무하며, 구단주는 팀을 '싸서' 샀다고 공언합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웃기려고 만든 영화인 줄 알았는데, 보고 나서 꽤 오래 생각이 남았습니다.핑크 스톰이라는 팀, 무엇이 문제였나일반적으로 스포츠 팀이 약한 이유는 실력 부족이라고들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조금 달랐습니다. 핑크 스톰의 가장 큰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팀 내부의 관계였습니다.팀에는 6년 동안 단 한 번도 시합에 뛰지 못한 선수 강지숙가 있었습니다. 6년이라는 숫자가 제겐 적잖이 충격이었습니다. 그냥 실력이..
요즘 액션 영화를 보다 보면 칼이 부딪히는 소리보다 CG 효과음이 더 크게 들릴 때가 있습니다. 저도 그 답답함이 쌓이던 차에 를 봤는데, 처음 장면부터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술에 취한 사람처럼 몸을 흐느적거리다가 순간적으로 상대의 급소를 꿰뚫는 취도객의 검술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진짜 칼싸움'의 감각을 다시 불러왔습니다.취도객은 왜 후한촌으로 향했을까 — 배경과 세계관속세에서 부처의 가르침을 배웠다는 검객, 취도객(醉刀客). 이름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칼이 술에 취한다'는 뜻으로, 그의 검술 스타일 자체를 이름으로 압축해 놓은 셈입니다. 취도(醉刀)란 취권(醉拳)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쉽게 말해 흐트러진 몸의 움직임 속에 날카로운 공격을 감추는 무술 원리를 의미합니다. 정통 무협 장르에서는 이 방식..
저도 처음엔 「레미제라블」을 그냥 유명한 뮤지컬 영화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보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빵 한 조각을 훔쳐 19년을 복역한 장발장의 이야기가, 어느 순간 제 삶에서 누군가를 너무 쉽게 판단했던 기억들을 건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화는 혁명보다 사람의 변화를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용서 한 번이 사람을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까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주교가 장발장을 용서하는 장면을 보면서 '저게 현실에서 가능한 일인가'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용서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베푸는 일방적인 선의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제가 이 장면을 직접 보니 그것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주교의 행동은 단순한 관용이 아니라, 장발장이라는 사람에게 ..
칠순 할머니가 사진관에 들어갔다가 스무 살 몸으로 나온다는 설정, 처음엔 그냥 가볍게 웃고 넘길 코미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부모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가족에게 잔소리는 정말 '나쁜 것'일까요영화 「수상한 그녀」의 주인공 오말순은 아들 내외와 함께 살며 며느리에게 끊임없이 잔소리를 퍼붓는 인물입니다. 그 잔소리가 결국 며느리를 병원에 실려 가게 만들고, 말순 자신도 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자신이 문제의 원인임을 깨달은 그녀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영정사진을 찍으러 가는 사진관이었습니다.저도 이 장면에서 꽤 오래 멈췄습니다. 제가 직접 가족과 함께 살면서 경험해 봤는데, 잔소리를 듣는 쪽도 힘들지만 하는 쪽도 사실 나름의 이유가..
솔직히 저도 처음엔 퀸의 노래를 그냥 "유명한 옛날 노래" 정도로만 들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난 뒤 집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퀸 플레이리스트를 켜는 것이었습니다.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음악 자체가 다시 살아났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왜 그런 힘을 가졌는지, 그리고 왜 동시에 아쉬운지를 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밴드 음악이라는 형식, 그 특별한 매력제가 퀸의 노래를 처음 제대로 들은 건 이어폰을 끼고 「Bohemian Rhapsody」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들었을 때였습니다. 그전까지는 배경음악처럼 흘려듣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날은 달랐습니다. 브라이언 메이의 기타, 존 디콘의 베이스, 로저 테일러의 드럼이 각자 제 역할을 하면서도 프레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2019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는 솔직히 지하실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손에 땀을 쥐었고,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다시 그 장면들을 떠올리니,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충격적인 결말이 아니라 가족들이 좁은 반지하에서 함께 밥을 먹던 초반의 평범한 장면이었습니다.수직 구조가 보여주는 계층의 언어일반적으로 영화에서 공간은 그냥 배경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기생충」을 보면서 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높이'는 그 자체로 계층을 말하는 언어입니다.기택 가족이 사는 반지하는 세상과 소통하려면 변기 앞에 쪼그려 앉아야 겨우 와이파이가 잡히는 공간입니다. 박 사장 집에서 돌아올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