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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처음 봤을 때 타노스를 어떻게 이기는지보다, 끝나고 나서 밀려온 그 이상한 허전함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10년간 쌓아온 MCU의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자리였는데, 막상 극장을 나서니 승리의 짜릿함보다 '이제 진짜 끝이구나'라는 감각이 먼저였습니다. 이 글은 엔드게임의 시간 여행 설정부터 캐릭터들의 퇴장, 그리고 MCU가 앞으로 가려는 방향까지, 제가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시간 여행, 설정은 복잡해도 감정은 단순했다

영화 초반, 어벤져스는 타노스의 은신처를 급습해 인피니티 건틀릿을 손에 넣습니다. 그런데 타노스는 이미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파괴한 상태였습니다. 여기서 저는 꽤 오랫동안 멍하게 있었습니다. 이 장면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가지만, 사실 이 순간이 영화 전체의 무게를 결정짓는다고 봅니다.

그로부터 5년 후, 양자 영역(Quantum Realm)에 갇혀 있던 앤트맨이 돌아오면서 이야기가 다시 시작됩니다. 여기서 양자 영역이란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로 진입했을 때 존재하는 초미세 공간을 말하는데, 쉽게 말해 일반적인 물리 법칙이 통하지 않는 세계입니다. 앤트맨의 신체 변화 원리도 이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분자 간의 공간을 조절해 크기를 바꾸는 방식인데, 단순한 '줄어들었다 커졌다'가 아니라 물질 자체의 구조를 바꾸는 발상입니다.

이 양자 영역이 시간 여행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앤트맨의 제안으로 작전이 시작됩니다. 저는 이 시간 여행 설정에 대해 논리적으로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구멍이 꽤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2012년 뉴욕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과거의 자신과 마주쳐 싸우는 장면은 인과율(causality) 측면에서 설명이 쉽지 않습니다. 인과율이란 원인이 결과보다 반드시 앞서야 한다는 물리적 원칙인데, 시간 여행 서사에서 가장 자주 충돌하는 개념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이 설정이 서사적 도구로서는 잘 작동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로 돌아간다는 발상 자체가 단순히 스톤을 줍는 수단이 아니라, 각 캐릭터가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구조를 만들어줬기 때문입니다. 아이언맨이 1970년 군 기지에서 아버지를 우연히 만나는 장면이 특히 그랬습니다. 그 짧은 대화가 토니 스타크라는 인물을 완성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해오던 일이 끝나거나 익숙했던 환경을 떠나야 할 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어벤져스도 그 마음으로 과거로 떠났지만, 결국 완전히 예전으로 돌아가는 선택은 하지 않습니다.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어도, 결국 현재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 그게 이 영화가 하려는 말인 것 같았습니다.

  • 양자 영역(Quantum Realm): 물리 법칙이 다르게 적용되는 초미세 공간, 시간 여행의 통로로 활용
  • 인과율(causality): 원인이 결과보다 앞서야 한다는 원칙, 시간 여행 설정과 충돌 가능성 존재
  • 분자 간 공간 조절: 앤트맨의 크기 변화 원리, 단순 축소·확대가 아닌 물질 구조 변화
  • 인피니티 건틀릿(Infinity Gauntlet): 6개 스톤을 모두 장착해 무한한 힘을 발휘하는 장치
요약: 시간 여행 설정은 논리적으로 완벽하지 않지만, 각 캐릭터가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만드는 서사적 장치로서는 충분히 작동했습니다.

 

캐릭터 퇴장, 이겼지만 남는 것은 아쉬움이었다

엔드게임의 마지막 전투는 10년간 이어진 MCU 오리지널 멤버 6인의 사실상 커튼콜입니다. 커튼콜(curtain call)이란 공연이 끝난 뒤 배우들이 무대 위에 다시 나와 관객에게 인사하는 장면을 뜻하는 연극 용어인데, 저는 이 전투가 딱 그 느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화려하지만 동시에 마지막이라는 감각이 짙게 깔려 있었습니다.

아이언맨이 마지막으로 미소를 짓는 순간, 솔직히 저는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준비가 안 됐습니다. 캡틴 아메리카가 방패를 팔콘에게 넘겨주는 장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두 장면이 감동적인 이유는 단순히 슬프거나 멋있어서가 아니라, 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과 MCU의 시작부터 함께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층위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캐릭터 활용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많은 인물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마무리하다 보니, 몇몇 캐릭터는 충분한 시간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구조적 한계에 대해 단순히 분량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이게 MCU가 쌓아온 규모의 부작용이라고 봅니다. 캐릭터가 많을수록, 각자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데 드는 비용도 커지는 겁니다.

그럼에도 과거 캡틴 아메리카와 현재 캡틴 아메리카가 만나는 장면은 다이얼로그 합성과 디지털 그래픽 기술이 집약된 장면으로, 기술적 성취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마블 스튜디오는 이 장면 하나를 위해 수십 시간의 후반 작업을 거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Marvel Official).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감정은 화려한 전투의 짜릿함이 아니었습니다. '함께했던 시간이 끝났다'는 느낌,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어떤 사람은 돌아오지 못했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마지막을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다시 앞으로 걸어 나갑니다. 저는 그 장면들이 액션보다 더 깊이 남았습니다.

요약: 엔드게임의 마지막은 승리보다 작별에 가까웠고, 누가 희생하고 누가 선택했는지가 액션보다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MCU의 미래, 다양성 확장이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을까

엔드게임 이후 MCU는 페이즈 4(Phase 4)로 넘어갑니다. 페이즈 4란 인피니티 사가가 마무리된 이후 마블이 새롭게 구성한 스토리 라인의 묶음을 말하는데, 단순히 새 영화를 내놓는 것이 아니라 세계관 자체를 재편하는 시도입니다. 팔콘이 캡틴 아메리카의 유지를 이어받고, 캡틴 마블이 최초의 여성 솔로 무비 주역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 그 신호탄이었습니다.

이터널스(Eternals) 같은 신규 캐릭터 도입도 같은 맥락입니다. 북유럽 신화 중심이었던 기존 MCU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류 신화적 요소, 그리고 인종과 장애를 가진 캐릭터들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바뀌었습니다. 인피니티 사가가 백인 남성 히어로 중심이었다면, 새로운 사가는 전 세계 관객을 타깃으로 한다는 선언처럼 보입니다.

이 방향성에 대해 서사의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인피니티 사가가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를 향해 수렴하는 구조였다면, 새로운 사가는 여러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지는 발산 구조로 가고 있는 겁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마블이 이 구조를 얼마나 잘 통제하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마블 스튜디오의 케빈 파이기 회장은 엔드게임 이후 인터뷰에서 "MCU는 끝난 게 아니라 다음 챕터가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출처: Deadline Hollywood). 저는 이 말이 단순한 마케팅 멘트가 아니라 엔드게임이라는 제목 자체가 함의하는 바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의 마지막 단계라는 뜻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이야기가 끝난 자리에서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 구조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오히려 그때의 경험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 제 경험상 알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MCU도 그 이치를 따르는 것 같고, 그 방향이 맞는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

요약: MCU 페이즈 4는 다양성 확장을 중심으로 한 발산 구조로 전환됐으며, 이것이 새로운 서사적 힘이 될지는 아직 열린 질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엔드게임의 시간 여행 설정은 논리적으로 맞는 건가요?

A. 완전히 논리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인과율 측면에서 충돌하는 지점이 있고,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뉩니다. 다만 영화 자체가 시간 여행의 과학적 정합성보다 서사적 도구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논리보다 감정의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Q. MCU를 처음 보는 사람도 엔드게임을 재미있게 볼 수 있나요?

A. 액션 영화로서는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10년간 MCU를 함께해온 관객과 처음 접하는 관객이 느끼는 감정의 깊이는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오리지널 멤버들의 퇴장 장면은 사전 맥락이 있어야 그 무게가 제대로 전달됩니다. 가능하다면 어벤져스 1편과 인피니티 워를 먼저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Q. 아이언맨이 꼭 죽어야 했나요? 다른 방법은 없었나요?

A. 이에 대해서는 다른 결말도 가능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토니 스타크의 서사 자체가 희생을 향해 수렴하는 구조였다고 생각합니다. 1편에서 "나는 아이언맨이다"라고 선언한 인물이 같은 대사로 마무리를 짓는 그 구조가 너무 완결적이라, 다른 결말을 상상하기가 오히려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Q. 엔드게임 이후 MCU는 왜 재미없다는 말이 많아진 건가요?

A. 인피니티 사가가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모든 서사가 수렴하는 구조였다면, 이후 페이즈 4부터는 여러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지는 발산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이 구조가 낯설거나 연결이 느슨하게 느껴지는 것이 피로감의 원인일 수 있습니다. 단순히 품질 저하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세계관의 확장 방식이 달라진 것으로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결론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완벽한 영화가 아닙니다. 시간 여행 설정은 구멍이 있고, 모든 캐릭터에게 충분한 무게를 주지 못한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단순히 완성도로만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는, 10년이라는 시간과 함께한 관객이 이 영화를 볼 때는 스크린 안의 이야기만 보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영화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누가 이겼는가가 아니었습니다. 누가 희생했는지, 누가 자신의 삶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는지가 더 깊이 남았습니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무엇을 선택할지는 지금의 제가 결정할 수 있다는 것, 그 생각이 이 영화를 보며 다시 한번 선명해졌습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저는 아마 타노스와의 싸움보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걸어온 길을 먼저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afbpOQtkV8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