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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저는 그냥 '잘 만든 법정 드라마'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서 며칠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문장이 하나 생겼습니다. "이게 정말 맞는 걸까?" 그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영화 「변호인」은 1981년 실제로 있었던 부림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조작된 공안 사건 속에서 한 변호사가 헌법의 의미를 다시 묻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부림사건: 독서 모임이 범죄가 됐던 시절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충격받은 건 불온서적으로 지목된 책들의 목록이었습니다. 『역사란 무엇인가』,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전환시대의 논리』. 지금은 고등학생도 읽는 필독서들이 1981년에는 누군가를 구속시키는 증거가 됐다는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부림사건(釜林事件)은 1981년 전두환 군부 정권이 부산 지역 청년들을 불법 단체 활동 혐의로 연행하고 고문한 공안 조작 사건입니다. 여기서 공안 조작이란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삼아 실제로는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어내는 권력 남용 행위를 뜻합니다. 당시 연행된 이들 중 상당수는 그저 책을 읽고 토론하던 평범한 청년들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2014년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영화 속 박진우 군이 읽은 책들이 이적 표현물로 분류된 배경에는 국가보안법이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이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인데, 당시에는 이 법이 헌법 위에 사실상 상위법처럼 작동하며 법 시스템 전체를 왜곡했습니다. 변호사 송우석이 책 목록을 직접 확인하고 "이건 용공 조작"이라고 판단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제가 직접 그 책들 중 몇 권을 예전에 읽어본 입장에서 보자면, 그 내용들이 범죄의 증거가 됐다는 사실이 지금도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중 훗날 부끄럽게 여겨질 것은 없는가?'라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 부림사건: 1981년 전두환 정권이 부산 청년들을 고문·조작한 공안 사건
- 불온 서적으로 지목된 책들은 현재 대학 및 고교 필독서로 인정받음
- 국가보안법이 당시 헌법보다 사실상 상위법으로 기능하며 법 체계를 왜곡
- 부림사건은 2014년 재심에서 무죄 선고로 역사적 복권
헌법 제1조 2항: 계란으로 바위를 치기로 결심한 이유
저도 처음엔 송우석이 왜 굳이 이 사건을 맡았는지 잘 이해가 안 됐습니다. 그는 원래 세금 신고 대행으로 돈을 잘 버는 실용적인 변호사였습니다. 누가 봐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고, 그는 가족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밥집 아주머니의 부탁을 받고 사건을 들여다본 순간부터 그는 달라집니다.
영화에서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대사는 법정 장면에서 나옵니다. "국가가 뭔지 몰라?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입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대한민국 헌법). 이 말이 그 장면에서 왜 그렇게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냐면, 국가 권력이 국민을 짓누르는 장면에서 그 권력의 정당성 자체를 되묻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송우석은 형량 타협이 아니라 무죄를 목표로 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제가 직접 느낀 건 원칙주의자의 외로움이었습니다. 모두가 "현실적으로 생각해라"고 말할 때 혼자 원칙을 고집하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저도 직장에서 비슷한 상황을 겪어봤습니다. 명백히 잘못된 방향인데 다들 조용히 넘어가는 분위기일 때, 굳이 제가 나서야 하나 망설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침묵이 중립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은 그냥 비유가 아닙니다. 절대적인 권력과 왜곡된 이념 앞에서 송우석이 꺼낸 무기는 상식과 헌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재판에서 졌지만 2년 후 가석방 결정이 내려졌고, 실제 부림사건은 수십 년 뒤 무죄로 뒤집혔습니다.
원칙: 평범한 사람이 정의를 실천하는 방식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제가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단어는 '원칙'이었습니다. 원칙주의자라는 말은 보통 융통성이 없다는 뉘앙스로 쓰이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그 단어가 다르게 들립니다.
송우석은 처음에 돈을 잘 버는 변호사였습니다. 그가 변한 건 어느 날 갑자기 영웅 심리가 생겨서가 아닙니다. 자신이 신세를 졌던 아주머니의 아들이 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사건이 조작됐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성찰(省察), 즉 자신이 당연하다고 여겨온 세상을 다시 들여다보는 행위가 변화의 시작이었습니다. 영화는 성찰의 부재가 결국 사회적 이익만을 좇는 태도로 이어지고, 그것이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사회를 만든다고 조용히 지적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변호사라는 직업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어떤 직업이든 결국 "이 일을 왜 하는가"라는 질문과 마주치는 순간이 옵니다. 그 질문을 피하지 않는 것, 그리고 잘못된 것이 보일 때 한 번이라도 "이게 정말 맞는 건가?"라고 물어보는 것이 평범한 사람이 실천할 수 있는 원칙의 형태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양우석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잘못된 것에 항의할 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밝혔습니다. 그 항의가 반드시 법정 싸움일 필요는 없습니다. 제 경우엔, 힘들다는 말을 꺼낸 주변 사람에게 "다 그런 거야"라고 넘기지 않고 제대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부터가 그 항의의 시작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창하게 세상을 바꾸는 행동이 아니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영화가 말하는 정의와 맞닿아 있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변호인」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건가요?
A. 네, 1981년 실제로 발생한 부림사건이 모티브입니다. 부림사건은 전두환 군부 정권이 부산 지역 청년들을 불법 단체 활동 혐의로 연행하고 고문한 공안 조작 사건으로, 2014년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 송우석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모델로 한 캐릭터입니다.
Q. 당시 불온 서적으로 지목된 책들이 지금은 어떻게 평가받나요?
A. 『역사란 무엇인가』,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전환시대의 논리』 등은 현재 대학 및 고교 과정에서 권장되는 필독서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읽어본 책들이기도 한데, 그 내용이 당시 구속의 증거가 됐다는 사실이 지금도 낯설게 느껴집니다.
Q. 영화에서 "헌법 제1조 2항" 대사가 왜 그렇게 유명한가요?
A.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입니다. 국가 권력이 개인을 짓누르는 법정 장면에서 그 권력의 정당성 자체를 되묻는 말로 쓰이기 때문에, 단순한 법 조문 낭독이 아니라 권력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들립니다.
Q. 송강호가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송강호 배우는 노무현 대통령의 삶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에게 뜨거움을 전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그 두려움을 극복했다고 합니다. 그의 출연 결정으로 영화의 성격도 독립 영화에서 상업 영화로 바뀌었습니다.
Q. 이 영화가 지금 시대에도 의미 있는 이유가 뭔가요?
A. 영화는 과거 사건을 다루지만 결국 "잘못된 것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질문을 현재에 던집니다. 제 경험상, 침묵이 항상 중립은 아니라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성찰의 부재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용하지만 강하게 짚어주는 영화입니다.
결론
「변호인」을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완벽한 변론을 펼치는 송우석이 아니라, 국밥집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책 목록을 직접 확인하러 가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확인하러 가는 행동' 하나가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정의는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념에 대한 건강한 의심, 부당한 일을 당한 사람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는 것, 그리고 "이게 정말 맞는 걸까?"라는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제가 이 영화에서 얻은 가장 실용적인 결론이었습니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한 번쯤은 꼭 보시길 권합니다. 보고 나서 며칠간 머릿속에 남을 질문 하나를 얻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