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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라라랜드」를 처음 봤을 때 그냥 예쁜 뮤지컬 영화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마지막 두 사람의 표정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았습니다. 꿈을 이루는 이야기인데 왜 이렇게 먹먹한 걸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결국 다시 처음부터 돌려봤습니다. 그제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화가 묻고 있는 질문이 무엇인지.
꿈과 현실 사이,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것
영화는 LA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시작합니다. 차들이 꽉 막힌 그 위에서 사람들이 갑자기 차 문을 열고 나와 노래를 부릅니다. 처음 보면 황당한데, 직접 겪어보니 그 장면이 달리 읽혔습니다. 저도 한때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달려가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현실은 딱 그 고속도로 같았습니다. 앞도 막히고, 옆도 막히고, 그래도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만 분명한 상태.
미아는 카페 알바를 하며 끝없이 오디션을 보는 연기 지망생이고, 세바스찬은 레스토랑에서 억지로 크리스마스 캐럴을 치다 해고당하는 재즈 피아니스트입니다. 둘 다 재능이 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현실은 좀처럼 그 재능을 알아주지 않습니다.
여기서 영화가 집어내는 지점이 저한테는 꽤 날카롭게 느껴졌습니다. 노력한다고 반드시 결과가 오는 건 아니라는 것, 제 경험상 이건 정말 다릅니다. 열심히 하는 시간과 결과가 오는 시간 사이에는 생각보다 훨씬 긴 공백이 있습니다. 그 공백을 버티는 게 어쩌면 노력 그 자체보다 더 어렵습니다.
영화는 그 공백을 미화하지 않습니다. 미아가 정성껏 준비한 1인극 공연이 관객도 없이 끝나는 장면, 세바스찬이 꿈과 타협해서 원하지 않는 상업적인 밴드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 이건 제가 직접 겪었던 어떤 순간들과 겹쳐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뮤지컬 영화에서 이렇게 씁쓸한 현실감을 느낄 줄은 몰랐습니다.
- 미아: 카페 알바 병행하며 반복되는 오디션 탈락을 견디는 연기 지망생
- 세바스찬: 재즈 바를 열겠다는 꿈을 위해 원치 않는 상업 음악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 공통점: 재능은 있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타협과 고집 사이를 오가는 인물들
사랑의 의미, 연인이 아니라 서로의 힘이었던 관계
미아와 세바스찬의 관계를 단순한 로맨스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제가 두 번째 감상에서 눈에 들어온 건 조금 달랐습니다. 이 둘은 서로에게 연인이기 이전에 "한 번 더 해봐"라고 말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세바스찬은 미아를 재즈 바에 데려가 재즈의 역사를 이야기해 줍니다. 여기서 재즈(Jazz)란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니라, 즉흥 연주와 자유로운 변주를 핵심으로 하는 미국 흑인 문화에서 탄생한 음악 형식입니다. 쉽게 말해 악보에 없는 것을 그 순간에 만들어내는 음악입니다. 세바스찬이 미아에게 재즈를 설명하는 장면은, 사실 자신이 왜 그 꿈을 포기할 수 없는지를 말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저도 힘들 때 누군가가 대단한 조언을 해준 게 아니라, 그냥 "한 번 더 해봐"라는 말 한마디에 다시 움직인 적이 있었습니다. 미아가 공연 실패 후 고향으로 돌아가려 할 때 세바스찬이 찾아와 마지막 오디션을 권하는 장면이 그래서 더 묵직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말이 미아의 인생을 바꾼 겁니다.
반대로 미아도 세바스찬에게 그런 존재였습니다. 아무도 듣지 않던 세바스찬의 연주를 미아 혼자 멈춰서 들은 첫 장면, 그 디테일이 이 영화에서 가장 조용한 선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음악이 들린다"는 것, 그게 세바스찬에게는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감독 데미안 샤젤(출처: IMDb - Damien Chazelle)은 「라라랜드」를 원래 하버드를 배경으로 기획했으나, 「위플래쉬」의 성공 이후 제작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위플래쉬」 역시 꿈과 집착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었고, 두 영화 모두 음악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장치로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음악 감독 저스틴 허위츠는 젤 감독의 하버드 시절 친구로, 두 사람의 오랜 신뢰 관계가 영화 전반의 음악적 완성도로 이어졌습니다.
결말 해석, 해피엔딩인가 새드엔딩인가
영화 결말에 대한 해석은 크게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으로 나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어느 쪽이 맞다고 단정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보는 사람이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지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밖에 없으니까요.
시간이 흘러 미아는 유명 배우가 되고, 세바스찬은 자신만의 재즈 바를 엽니다. 둘 다 꿈을 이룬 겁니다. 그런데 함께하지는 않습니다. 미아가 우연히 세바스찬의 재즈 바를 방문하고, 세바스찬이 연주를 시작하는 순간, 영화는 노스탤지아(Nostalgia)라는 정서를 정면으로 꺼냅니다. 여기서 노스탤지아란 단순한 그리움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름다움과 아쉬움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 상태를 가리킵니다. 이 영화가 그 감정을 건드리는 방식이 다른 어떤 영화보다 정교했습니다.
「라라랜드」는 시네마스코프(CinemaScope) 화면 비율을 사용했는데, 이는 일반 화면보다 가로 폭이 훨씬 넓은 와이드스크린 포맷으로, 1950~60년대 클래식 할리우드 영화에서 즐겨 쓰던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옛날 영화처럼 보이게 만드는 화면 구성입니다. 그 선택 자체가 이미 노스탤지아를 시각적으로 설계한 것입니다. 조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연광보다 과도하게 채도를 높인 조명 처리는 현실이 아닌 기억 속 장면처럼 보이게 합니다(출처: The Academy Awards - 89th Oscars).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이 주고받는 표정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제가 그 표정에서 읽은 건 후회가 아니었습니다. 사랑했던 기억, 그 사람 덕분에 지금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한 감사, 그리고 각자 선택한 삶을 인정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슬프지만 틀리지 않은 결말이라는 느낌.
현실에서도 모든 관계가 끝까지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어떤 만남은 짧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그런 관계를 실패한 관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사람이 내 인생의 특정한 시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줬다면, 그 만남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라라랜드 결말은 해피엔딩인가요, 새드엔딩인가요?
A. 제가 두 번 감상하면서 느낀 건, 이 영화는 어느 쪽으로도 단정 짓지 않으려 한다는 겁니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각자의 꿈을 이뤘고, 서로의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둘이 함께하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그 관계가 실패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보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열린 결말이라고 보는 게 가장 정확할 것 같습니다.
Q. 라라랜드 오디션 장면이 명장면으로 꼽히는 이유가 뭔가요?
A. 미아가 오디션에서 부르는 노래는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실제 감정과 기억을 그대로 담아낸 곡입니다. 관객 앞에서 처음으로 진짜 자신을 꺼내놓는 순간이라 많은 분들이 감동을 받습니다. 엠마 스톤은 이 장면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원테이크에 가깝게 촬영된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Q. 라라랜드에서 재즈가 중요한 이유가 뭔가요?
A. 재즈는 세바스찬이 단순히 좋아하는 음악이 아니라, 그의 꿈 그 자체입니다. 재즈는 즉흥 연주를 기반으로 하는 장르로, 악보에 없는 것을 그 순간에 만들어내는 자유가 핵심입니다. 감독 데미안 샤젤이 재즈를 선택한 이유도 이 자유와 개인의 목소리를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바스찬이 상업 밴드 음악을 할 때 불행해 보이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Q. 라라랜드 오프닝 장면은 어떻게 촬영된 건가요?
A. LA 고속도로에서 차량 수백 대와 배우 수십 명이 함께한 이 장면은 3개월의 준비 끝에 완성됐습니다. 감독 본인도 처음에는 지우고 싶을 만큼 부담스러웠다고 밝혔지만, 결국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는 장면이 됐습니다. 시네마스코프 와이드스크린 비율로 촬영되어 클래식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의 느낌을 그대로 살렸습니다.
결론
「라라랜드」에서 제가 가장 오래 기억하는 건 화려한 탭 댄스도, 색감 가득한 LA의 밤 풍경도 아닙니다.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두 사람이 서로를 앞으로 밀어주고, 각자의 길을 걸어간 그 흐름입니다.
살다 보면 모든 것을 동시에 가질 수 없는 순간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과 자신의 꿈을 선택하는 것,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선택 이후에 그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라라랜드」는 그 질문을 꺼내놓고 답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 점이 이 영화가 보고 나서도 오래 남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이라면, 결말에 대한 정보 없이 처음부터 보시길 권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어떤 표정이 보이는지는 지금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테니까요.

